1980년 12월 8일. 팝 역사의 중요한 인물이 존 레넌이 사망했다.
2019년 12월 8일. 서울에서는 역사적인 U2의 첫 내한 공연이 있었다.
팝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밴드들이 많지만, 한 번의 멤버 교체 없이 오랜 시간 함께 음악 활동을 하는 밴드는 거의 없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 대단한 밴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U2를 훌륭한 밴드라고 하는 건 아니다. U2가 평단과 대중들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밴드의 기본인 음악이 좋고, 그 안에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U2는 인권, 평등, 평화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U2의 보컬 보노는 난민, 환경 같은 문제에 대해 여러 사회 운동을 펼쳐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공연의 첫 곡은 <Sunday Bloody Sunday>였다.
이 곡은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평화 시위를 하던 시민들에게 영국군이 총격을 가해 시위대 14명이 숨진 비극적 사건을 다룬 노래이다.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U2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밴드를 소개하는 많은 글에서 U2가 아일랜드 출신 밴드라는 문장을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다른 밴드들에 비해 특히 U2의 밴드 출신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이 보내는 사회적 메시지 안에 그 정체성이 영향을 끼친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 후 가장 많이 회자된 곡은 <Ultraviolet>이었다.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는 여러 여성들의 얼굴이 등장했다.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이태영 법조인,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면서 여성해방운동가로서 활동을 했던 나혜석, 우리나라에서 'ME TOO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 BBC '100인 여성'에 뽑힌 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 악성 댓글의 문제를 환기시켜준 가수이자 배우 설리.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의 모습도 나왔는데, 우리네 자식들을 키우신 강인한 어머니들이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U2의 명곡 <One>.
61m 너비의 초대형 8K LED 스크린 중앙에 놓인 태극기와 함께 노래를 하는 장면은 내한공연 역사에 가히 압도적으로 남을 것이다. 손에 손잡고 하나가 되자라는 노래로 공연은 끝이 났다. 오랜 시간 U2의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공연에 목말랐을 팬들에게 더없이 좋을 공연을 보여주었다.
U2의 첫 내한이 공연 전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최후의 분단국가인 한국에 보낼 그들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야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따뜻하고도 힘 있게 울렸었다.
아쉬웠던 건 음향이 세계적 밴드의 명성에 맞지 않았던 것. 이건 밴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또 하나, 아무리 남는 게 사진밖에 없더라도 어떤 때는 앞의 사람들 팔만 보았던 것. 정말 오랜만에 스탠딩을 간 거였는데 원래 이 정도인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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