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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다/리뷰

2020. 1 퀸 내한 공연 리뷰

"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다."

 

내가 퀸의 음악을 들은 건 중학교 시절이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배철수의 음악캠프. 이 두 라디오 프로그램은 그 시절 내게 팝송을 들려주었다.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엘튼 존 등등.

퀸은 락 밴드치고는 Love of my life나 Some body to love 같은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들이 많아서 라디오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다. Bohemian Rhapsody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와! 이런 음악도 있어? 이건 무슨 스타일이지?

 

스무 살이 넘고서 잠깐 일본 배우 기쿠라 타쿠야의 드라마에 빠져 있었을 땐 I Was Born to Love You를 주구장창 들었다. 광고에서 퀸의 노래가 나올때는 이런 노래도 있었어라며 찾아 듣기도 했다. 특별히 파고 들어가서 듣는 밴드는 아니었는데 이래 저래 퀸 노래를 꽤 알게 되었다.

 

2018년 겨울.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퀸을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처음에는 그 영화가 엄청난 관객몰이를 할 줄은 몰랐다. 퀸의 골수 팬이나 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정도나 보러 가겠지하고 생각했다. 나같은 경우는 옛 영광을 확인하러 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예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버렸다. 내가 중학교 때 Bohemian Rhapsody를 듣고 받은 신섬함이 어린 팬들에게도 재현된 것이다. n차 관람, 싱어롱 관람. 열정 넘치는 어린 팬들답게 그들은 퀸에 열광했다. MBC에서는 1985년 퀸이 참여했던-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라이드 에이드 공연까지 소환해서 방송했다.

 

2020년 1월. 퀸이 내한 공연을 했다.

밴드를 탈퇴한 베이스주자 존 디콘과 에이즈로 사망한 전설적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없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자리는 퀸의 객원 보컬로 자리매김한 아담 램버트가 대신했다. 밴드의 얼굴인 프레디 머큐리는 없었지만, 브라이언 메리(기타)와 로저 테일러(드럼)의 연주를 직접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나는 U2의 내한 공연을 본 후에 열심히 취소표를 노려 퀸 공연을 예매했다. U2공연으로 백수가 된 내 지갑에는 구멍이 났지만, 퀸의 두 원년 멤버를 어쩌면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르기에. 내가 돈이 많아 비행기표까지 끊어서 다른 나라 투어까지 쫓아가지 않는 한은, 이번이 내가 보는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으니까.

배철수 디제이의 말대로 전 세계 퀸 팬들 중에 우리나라 팬이 가장 젊어보였다. 내 옆에는 부모님과 같이 온 초등학교 여자아이도 있었다.

 

 

공연 셋리스트이다.

Opening - Innuendo

Now I'm Here

Seven Seas of Rhye

Keep Yourself Alive

Hammer It Fall

Killer Queen

Don't Stop Now

Somebody to Love

In the Lap of Gods...Revisited

I'm in Love With My Car

Bicycle Race

Another One Bites the Dust

I Want It All

Love of My Life

'39

Doing All Right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Under Pressure

Dragon Attack

I Want to Break Free

You Take My Breath Away

Who Wants to Live Forever

Guitar Solo

Tie Your Mother Down

The Show Must Go On

Fat Bottomed Girls

Radio Ga Ga

Bohemian Rhapsody

 

프레디 머큐리 영상과 함께 '에~~~~~오~~~~'타임 한 번하고

앵콜곡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 

 

공연에 대한 인상은 크게 3가지이다.

1. U2 공연 후기에서 음향이 아쉬웠다고 했는데

   같은 공간임에도 차이가 신기하게 많이 난다싶을 정도로 소리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께서 직접 나무를 공수해서 만들어 주셨다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덕분에 감명깊게 들을 수 있었다.

2. 아담 램버트, 노래 정말 잘했다.

   공연가기 전에 준비하면서 아담 램버트에 대해 부정적인 글도 봤는데, 정말 이번 공연에서는 프레디 머큐리의

   부재를 싹 잊게 해 줄 정도였다.

   노래와 퍼포먼스, 매너까지 완벽했다.

3.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

   둘은 횟수로만 치면 거의 30년 음악 활동을 함께 했다. 공연이 마무리되고 아담 램버트의 소개로 두 분이 함께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울컥해졌다. 오랜 세월동안 그야말로 밴드의 기-승-전-결을

   같이 보낸 백발의 두 아티스트. 그 둘이 함께 만든 아우라는 크면서도 따뜻했다.

 

옛 영광은 다시 살아났고, 나는 내 앞에서 확인했다.

 

아침, 밤으로 열심히 찾은 취소표

 

공연 시작 전에

 

공연 끝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