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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다/독후감, 필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실천한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리뷰와 필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가 20여 년 간의 옥중생활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엽서를 모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한 번은 생각해 볼 것이다. '20여 년의 감옥생활은 어떤 것일까'라고.

손, 발이 묶인 채 작은 공간에서 견디는 그 긴 세월을 나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버틸 수나 있을까. 목숨이 붙어 있으니 어떻게든 살겠지. 처음에는 절망하고 한탄하며 모든 것을 놔버린 상태가 될 것이다. 감옥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 된 이상, 사실을 현실로 바꾸고, 인간의 본성인 적응력을 끄집어낼 것이다.

 

지식인들은 수감생활을 하면서 다독(多讀)을 하고 다작(多作)을 한다. 정약용은 18년의 유배 기간 동안 500여 권의 책을 남겼다. 옥에 갇힌 이상(理想) 주의자들은 감옥에서 이룬 책의 밀림을 나와 혁명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지식인인 저자가 감옥에서 엄청난 양의 독서를 통해 인고의 시간을 견디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는 피서(避書)로 피서(避暑)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책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물론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저자가 책을 멀리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책을 경계한 것은 실천 없는 지식에만 탐닉하지 않으려 한 뜻이다. 그리고 감옥은 실천의 장소로는 부족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낙담하지 않고 출역장과 대민 지원으로 나간 농사일에서 생각하고 배운다. 감옥 안에서 배운 서예와 그림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천한다.  같은 방을 쓰고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통해 실천하는 지식을 세우려 노력한다.

 

그곳 사람들이 부르는 '바깥세상'은 배움의 기회가 널려있고, 각양각색의 사람과 사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 바깥세상에서 그동안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실천하며 살아왔을까?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데에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상식만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고 살 수 있다. 역시나 문제는 실천이다. 그러나 알면서도 쉽지 않은 것 또한 실천이다.

과거의 과오를 떠올리고 반성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 앎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실천이 있어야 비로소 지식은 완성된다고 믿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사색만을 말하지 않는다. 생각과 동시에 실천으로 옮기려는 의지를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가족들에게 보낸 오래 전의 엽서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까지 의미가 있는 것은 이러한 그의 깨달음에 있는 게 아닐까.

 

-필사

20여 년 간의 옥중생활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480 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짧은 편지로 이루어져 있어 마음에 드는 편지를 골라 필사하였다.

A4 이면지 21장에 썼다.

필사를 하다 보니 다 쓴 볼펜이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볼펜 몇 개를 몇 달 안 되어서 해치운 적이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