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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다/매일 세 줄 글쓰기 프로젝트

[글쓰기 실전 훈련] - 처음부터 힘 주지 말자(초고에서 완성까지)

글쓰기는 어렵다는 편견부터 버립시다.

작가들의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은 나중의 일입니다.

첫 목표는 주어와 서술어(동사)가 맞아떨어지는 문장을 쓰는 것으로 잡읍시다.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일단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부터 써봅시다.

[손으로 쓰다/매일 세 줄 글쓰기 프로젝트] - [왕초보의 글쓰기] - 짧게 써라!!

 

[왕초보의 글쓰기] - 짧게 써라!!

당신이 처음 글을 쓴다면, 완벽한(아름다운) 문장을 포기해라! "글에서 수정과 탈고 작업은 필수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속도가 더뎌지는 것을 물론이고, 창의력과 잠재력에도 한계를 부여해 버린..

odd-assa.tistory.com

당장 생각나는 한 문장: 지금은 공사 중.

-화장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근처에 재개발 아파트 공사도 있어 쉽게 떠오른 문장이었다.

그다음 생각 나열: 기초 공사가 중요하다. 운동이든 공부든 기초가 중요하다. 나는 지금 미술 학원 등록한 지 3주째다.

 

1. 글을 써 보자 : 일단은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나열해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써 본다.

 

기초. base. 사물의 맨 아래 부분.

연상되는 사자성어는 사상누각(沙上樓閣 ).

나는 지금 미술 기초를 배우는 중이다. 한 동안은 계속 좌절할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종이가 울고 종이 때가 벗겨지는 엄청 못난 그림이 언젠가는 괜찮은 사물화와 풍경화가 될 날이 올 것이다.

사실 그렇게 멀리 바라보지도 못 한다. 그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길 바란다.

 

2. 글로 더 다듬고 발전시킨다. 치장은 나중에 :

-처음에는 생각 안 났던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상누각하니까 집과 연관된 돼지 삼 형제 동화가 생각났다.

미술 학원과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인 상황과 이야기를 넣었다.

 

기초, 기본, 유의어로는 밑바탕, 기틀, 근본, 터전 등등. 영어로는 'base'.

base의 뜻을 찾아보니 '사물의 맨 아래 부분, 토대'로 나와있다.

나의 살얼음 같은 얇은 상식선 안에서 떠오르는 사장성어는 사상누각(沙上樓閣 ).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비바람과 시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 훌륭한 교훈을 되새겨 보자. 아기 돼지 삼 형제 중 첫째와 둘째는 결국엔 멋진 싱글 라이프의 꿈을 접고 막내의 벽돌집에 엉덩이를 비빈다.

 

공부, 운동, 악기...... 뭐가 됐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내가 뭐 한 마디라도 거들 수 있는 분야는 악기인데, 초반에 기본기를 잘 다져놓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피아노를 다루는 책에서 보았는데, 손가락 연습을 할 때조차 느린 속도에서 시작해야 한단다. 느리게 잘 쳐야 빨리도 잘 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소리다. 어린애들 앞에서 그랬다가는 꼰대 소리 듣는다.

 

그런데 이 기본기를 배우는 단계가 참 지루하고 재미없다. 멋은 단 1도 없다. 빨리 눈에 보이는 뭔가를 바라게 되어 있고 그럴싸해 보이는 걸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이 지난한 싸움에서 내가 나를 이겨야 한다.

 

나는 3주 전부터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시간이 남아도는 백수라 학원에서 제일 한가한 시간인 오후 1시를 추천해주셨다. 미대 입시생 세 명과 함께다. 선 긋는 법부터 구, 원뿔 같은 기본 도형 스케치를 배웠다. 바로 전 수업에서는 드디어 오른손에 붓, 왼손에 팔레트를 들었는데 바로 좌절했다.

나는 지금 미술의 기초 중에서도 '쌩'기초를 배우는 중이다. 밥 먹는 시간 빼고 이젤 앞에만 있는 입시생들의 그림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사실 너무나 당연해서 대미지가 없는 편이다.

물 조절을 못한 나의 붓때문에 종이가 운다. 때가 벗겨진다. 대미지가 있는 건 내가 아니고 스케치북이다.

요즘은 도서관에 가면 미술에 관한 책을 훑어보는데,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그림'이다.

그림의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결론은 뻔하다. 어렸을 때처럼 학원 빼먹지 말고 열심히 다녀야지.

 

2. 지금 바로 생각나는 문장: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

연상되는 문장: 24절기가 있다. 24절기에 따른 속담과 풍습이 있다. 시간과 자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 생각나는 문장들을 써 보자.

24절기가 있다.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농경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음직한 각 계절의 대표적인 절기가 있다. 봄에는 입춘, 경칩 여름에는 하지, 대서 가을엔 입추, 처서 겨울엔 동지, 대한, 소한 등이 있다.

각 절기마다 특별히 먹는 음식과 풍습도 있고 관련 속담도 있다.

시간과 계절과 자연은 인간 세상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들은 거기에 시작과 끝을 매달아두고, 구분 짓고, 의미를 부여한다. 왜 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주의 한낱 티끌일 뿐인 자신의 삶이 우주의 태양과 궤를 같이 하는 데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 치장은 나중에 한다 : 절기와 관련된 속담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썼다.

 

단풍이 절정의 빛깔을 선사해주는 이때에, 또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미루어 본다.

인간은 계절이 돌고 도는 흐름 안에 여러 특별한 이름을 붙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24절기다.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상의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각 절기마다 특별히 먹는 음식과 풍습도 있고 관련 속담도 있다.

내가 아는 각 계절의 대표적인 절기에 대해 말하자면 이렇다.

입춘에는 햇나물을 해 먹고,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글씨를 곱게 써서 대문에 붙였다.

대서의 무더위를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처서가 지나가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하여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기운을 묘사하였다.

동지에는 동그란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먹었다. 옛날 사람들은 팥의 붉은색이 잡귀를 쫓는다고 믿었다.

 

사실 시간과 계절과 자연은 인간 세상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뫼비우스 띠 같은 그 영원하고 그래서 속절없는 시간에 시작과 끝을 매달아둔다. 시작과 끝 사이 안에 또 여러 갈래를 나누고 의미를 부여한다.

왜 그러는 것일까를 곱씹어본다.

우리는 우주의 거대함을 이야기하면서 우주의 티끌 같은 인간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나 살고 시간의 숙명을 따라 죽는 이 삶의 의미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은 아주 작은 우연에도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존재이다. 나에게 흐르는 시간이 태양의 궤와 함께하는 것임에 존재의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작은 먼지라도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함께 있다. 이 또한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모두 지나가는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절과 시간을 노래하고 누군가는 시를 지어 찬양한다.

사람의 온도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