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다/매일 세 줄 글쓰기 프로젝트

[글쓰기 실전 훈련] - 입장바꿔 글을 써 보자

기괴한샌님 2019. 12. 18. 12:21

[손으로 쓰다/매일 세 줄 글쓰기 프로젝트] - 틀 깨기 2 - 다른 시각으로 보기

 

틀 깨기 2 - 다른 시각으로 보기

여섯째 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인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땐 철저하게 화자에 이입할 것! 1인칭 시점 또는 3인칭(관찰자) 시점으로 쓸 수 있다. (p.89) 숙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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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거리가 생각 안 날 때는, 주변을 둘러보세요.

충전 중인 스마트폰, 열 일 하는 키보드에 감정을 이입해보세요.

무생물도 좋고, 식물, 동물 뭐든 상관없습니다. 영혼을 집어넣어 감정을 상상해 봐요.

 

> '스마트폰'을 1인칭 시점으로 써 보기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7시가 되었다. 약속된 모닝콜을 보낸다. 나의 사용자는 벌떡 일어나서 손가락 지문을 내 몸에 비벼대더니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온몸으로 발버둥을 치고 경고음을 내도 그는 일어나지 않는다. 7분쯤 지나 겨우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세찬 물소리를 들으며 나도 세상에 나갈 마음을 챙긴다. 그는 밥을 먹고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연신 나를 들여다본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 '공중전화'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써 보기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다. 그 전화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날이 기억이 안 난다. 부스 안에서 통화를 하는 사람을 보고 '쓰는 사람이 있긴 하구나'속으로 생각했는데, 그 일도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그 공중전화는 언제 없어질까? 잠깐 생각해보니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휴대폰을 깜박하고 안 가지고 나왔는데 정말 위급한 일이 생기면 필요할 것이다. 아직 공중전화가 안 없어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지 모른다. 하지만 좀처럼 사람이 찾지 않는 공중전화에 대해 생각하면 조금 씁쓸해지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보기 힘들어진 손편지, 엽서, 우표 같은 존재들이 덩달아 떠오르기 때문이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 모두들 어깨를 움츠리고 바쁘게 걸어가는 길에 놓인 공중전화기들은 더욱 쓸쓸해 보인다.

 

> '은행 번호표 기계'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써 보기

 

은행에 들어서면 가까운 곳에 번호표를 뽑는 기계가 있다.

번호표를 뽑기도 전에 내 앞에 몇 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숫자는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번호표가 없던 시절에 은행일을 어떻게 보았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 옛날 옛적엔 새치기도 많았고 그래서 종종 작은 소동이 있었는데 요즘은 흔치 않은 풍경이 되었다.

기계 버튼을 누르면 나의 대기번호가 새겨진 새하얗고 반질반질한 종이 표가 나온다. 볼 일을 다 보면 귀찮은 쓰레기가 될 것이다. 나의 일을 도와준 그 사람에게 뒤처리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작은 기계가 은행 안의 질서를 통제한다. 빨리 온 사람 순으로. 그 질서엔 학연, 지연, 특권, 부모님 찬스 같은 건 없다. 지금 이 순간의 흐름이 중요하다.

대기번호가 줄어들길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이 은행 문을 열고 들어와 번호표 기계 앞에 선다. 표를 뽑는다.

 

> '돼지 저금통'을 1인칭 시점으로 써 보기

나는 짧고 뭉툭한 꼬리에 3센티미터도 안 되는 다리를 가지고 있다. 꼬리와 다리는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특징은 통통한 몸이다. 몸이 통통해야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등에 난 길쭉한 입구이다. 이곳은 입구이다. 출구가 될 수 없다. 이곳으로 사람들은 동전을 넣고 지폐를 구겨 넣는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내 배가 꽉 찰 때까지 책장 한 구석에 우뚝이 서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씩 나를 들어 흔들어 보면서 '떙그랑~ 떙그랑~'소리를 확인한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을 때 행복하고 보람차다.

 

>'리모컨'을 1인칭 시점으로 써 보기

"아, 짜증 나. 왜 이렇게 눌러대는 거야."

온종일 고생이다. 하지만 나의 숙명이다. 내 안의 배터리 수명이 다 할 때까지는 도저히 어쩔 수 없다. 나 때문에 얼마나 생활이 편리 해졌는지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다. 내가 안 보이면 다들 어찌나 내 이름을 부르면서 찾아대는지.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 '리모컨'을 3인칭 시점으로 써 보기

리모컨은 늘 사람들 주변에 있다. 모양은 단순하지만 참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글자와 숫자, 기호의 조합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 탁자 위에, 소파 위에, 손안에, 가끔은 냉장고 안에. 집안 곳곳 어디든 누비고 다닌다. 누가 이 물건을 차지하느냐가 그 사람의 위상을 보여준다. 서로 갖겠다고 아이들은 싸우고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리모컨이 없어졌거나 고장 났다고 생각해보라. 리모컨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우리 주변의 것들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