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훈민정음 캘리그래피 판본체 연습
한글날입니다.
한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시 한 편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김훈 작가님의 <연필로 쓰기>에서 알게 된 시입니다. 영화 <말모이>를 보고 쓴 글에 이 시를 실으셨습니다.
<한글아 고맙다> -박후불
한글아 정말 고맙다
까만 눈으로 69년 만에
눈을 뜨게 해준 한글아
한이 매친 한글 공부
아름다운 이 세상을 만나
늦게나마 배우게 되였다
한글아 너무 너무 고맙다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정말 고맙습니다
칠곡군에서 할머니들에게 한글 수업을 해드리고,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출간한 시집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 (코뮤니타스, 2017)에 실린 시입니다.
저도 감사한 마음을 담고 힘을 모아 서예를 써보았습니다.
판본체를 좋아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판본체는 네모 반듯한 글씨입니다. 아이들이 한글을 처음 배울 때 네모 칸이 꽉 채워진 연습 공책에 한 자, 한 자 연습하는 느낌으로 씁니다.
예로 들어 'ㅅ', 'ㅇ', 'ㅁ'을 한번 보세요. 반으로 접었다 상상하면 마치 데칼코마니 같을 것입니다.
판본체가 주는 안정감과 무게감이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저는 판본체를 쓸 때 가로로 약간 더 길게 씁니다.
화선지를 접어 네모 칸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좀 더 쉽게 같은 크기로 쓸 수 있습니다.
많은 칸은 만들 수 없어서 그냥 연습할 때는(화선지가 아까워서) 대충 눈대중으로 앞에 썼던 글씨를 보며 머릿속에서 네모 칸을 만듭니다. 캘리그래피 기초반에 들어가면 처음 배우는 글씨가 바로 판본체입니다. 본격적으로 서예를 배울 때도 아마 그러겠지요. 기초 중의 기초이지만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한성복의 어머니께서 그토록 아들을 혹독하게 연습시킨 이유가 다 있는 것입니다. 약간의 좌절을 경험하고 궁서체로 들어가면 더욱더 자괴감을 느낍니다. 궁서체도 열심히 연습해서 언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글 창제는 생각하고, 상상하고, 곱씹어봐도 정말 신기합니다.
1443년, 15세기 초에 만들어진 글이 21세기 디지털 기계에 이렇게 찰떡같이 붙다는 것도 놀랍고요.
백성을 어여삐 여겨주신 세종대왕님의 애민과 그의 부응하여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한글을 만들어주신 모든 조선 시대 학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