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다/독후감, 필사

나는 변방이다 - <변방을 찾아서> 리뷰와 필사

기괴한샌님 2019. 8. 11. 14:57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이 책은 신문에 연재된 글을 모은 것이다. 저자의 글씨를 찾아가서 그 글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는 모두 8개의 변방이 있다.

 

- 해남 땅끝마을 서정분교의 도서관 현판 <꿈을 담는 도서관>

- 강릉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 현판

- 충북 제천의 <박달재> 현판

- 충북 괴산 <벽산 홍명희 문학비>와 글씨

   <「임꺽정」만은 사건이나 인물이나 묘사로나 정조로나

   모두 남에서는 옷 한 벌 빌려입지 않고 순 조선것으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조선 정조情調에 일관된 작품' 이것이 나의 목표였습니다.>

- 오대산 상원사의 문수전 현판 <殿殊文>

- 전주 전북대학교 이세종 열사 추모비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와

  전주 덕진공원 김개남 장군 추모비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서울시 시장실의 <서울> 서예 작품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저자는 변방을 중심과 멀어진 외딴 장소로 보지 않는다. 변방을 중심에 대항하는 창조 공간이라고 말한다.

중심이 자아도취에 빠져 길을 잃을 때 변방이 중심을 대체하여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변방과 중심은 결코 공간적 의미가 아니다. 낡은 것에 대한 냉철한 각성과 그것으로부터 과감한 결별이

변방성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한 결정적 전제는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 p,141

 

나는 변방이 대안이고 창조 공간이라는 저자의 깨달음까지 얻지 못하였다. 평범한 변방인 내가 중심으로 나아가기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니면 중심에 대한 콤플렉스가 무의식 중에 여전히 내 안에 있는 걸까......

 

책머리에서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콤플렉스를 깨닫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을 가둔 콤플렉스를 깨고 나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변방에 고민을 한 번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변방으로 여기는 것들은 우리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할 것이다. 변방을 그저 변방으로 취급하지

않아야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소시민인 나는 그저 우리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가 친구는 되지 못할지 언정 서로 싸우지 않고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렵겠지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함을 느낀다. 저자의 말대로 그것이

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기 때문이다. 또 변방이 진정한 변방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 나는 중심에게 외치고 싶다.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필사

12+/1/2 장

<변방을 찾아서>

내가 처음으로 필사한 책이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할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다. 신영복 님은 여러 글에서 먼저 접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이 그분의 책 중 제일 유명한 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은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필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변방을 찾아서>는 책 두께 자체도 얇고, 8개의 작은 글을 묶어 편집한 책이라 필사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중간에 사진도 있고 부연설명란-이건 필사에서 뺐다-이 있어 심적으로 약간 편했다. 마음을 좀 단단히 먹고 도전! 을 외칠 수 있는 책이었다.

 

완성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계산은 안 해봤는데, A4 이면지 12 장하고 반을 썼다.

필사는 천천히, 마침표까지 똑같이 하라고 어느 책에서 봤는데, 가로 안의 한자는 생략했다.

빨리 완성하고 싶어서 천천히가 안 됐다. 글씨가 날아가더라. 팔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팠다.

 

첫 필사의 위기가 바로 머리말부터 왔다. 머리말이 이 책에서 제일 길다.

8개 각각의 본문은 길이가 길지 않은데, 머리말에 그 8개의 내용이 모두 요약되어 있어서 머리말치고는 꽤 길다. '내가 필사란 걸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머리말을 참고 써냈더니 그다음부턴 좀 나았다. 처음부터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하려고 했다.

 

필사가 글쓰기에 주는 유익을 깨닫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 그래도 말로만 듣던 '필사'를 해보았다는 뿌듯함은 있었다. 아! 필사의 좋은 점이라면 책을 한 번 더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